현대 사회에서 ‘정의’란 과연 존재할까요? 스릴러 드라마는 단순한 추리와 반전의 묘미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 권력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웰메이드 스릴러 드라마인 《비밀의 숲》, 《모범형사》, 《돌풍》 세 작품을 추천드립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과 ‘정의’를 탐구하는 이 드라마들은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할 뿐 아니라, 시청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1. 《비밀의 숲》 – 감정이 사라진 검사와 부패한 시스템의 이면
《비밀의 숲》은 2017년 tvN에서 방영된 이후, ‘한국 스릴러 드라마의 새로운 기준’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정의감 강한 형사 한여진(배두나)이 검찰 내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추리극이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경찰·재벌의 구조적 부패를 밀도 높은 대사와 정교한 플롯으로 풀어낸 점입니다.
- 황시목이라는 ‘비감정형 주인공’을 통해 사건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오직 논리로만 접근하는 탐색 과정은 기존의 감정에 기대는 드라마 문법을 철저히 탈피합니다.
- 한여진은 감성적 인간미를 지닌 캐릭터로서 시청자에게 감정 이입의 창을 제공합니다.
이들의 콤비는 사건을 추적하는 도구이자 ‘정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윤리적 주체로 작용합니다.
특히 엔딩에 가까워질수록 ‘진짜 악인은 누구인가’, ‘제도 속 개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사회 시스템 전체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냅니다.
2. 《모범형사》 – 진실을 쫓는 자와 은폐하는 자, 정의는 누구의 편인가
《모범형사》는 2020년 JTBC에서 방영된 작품으로, 겉보기엔 단순한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진실과 거짓, 정의와 권력의 대립을 치열하게 풀어냅니다.
주인공 강도창(손현주)은 경험 많은 강력계 형사로, 형사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이 아닌, 현실 속에서 타협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과거 자신이 맡았던 사건에 의문이 생기면서 점점 진실을 향한 추적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와 대조되는 인물은 기자 진서경(이엘리야). 취재라는 명분 아래 정의를 좇지만, 그 역시 현실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 캐릭터입니다.
- 《모범형사》는 ‘진실은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 드라마는 반복적으로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히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을 감추는 힘과 싸우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강도창의 인간적인 면모, 경찰 조직 내부의 권력 암투, 억울한 누명을 쓴 사형수의 진실 등은 시청자에게 계속해서 ‘정의란 편리한 선택이 아닌 고통스러운 집념’ 임을 일깨워줍니다.
3. 《돌풍》 –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권력의 진실과 무너진 윤리
《돌풍》은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8부작 스릴러 드라마로, 언론·정치·법조계의 음모를 직시하는 시선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박동호(설경구)는 전직 검사 출신의 변호사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법조계로 복귀해 거대한 스캔들의 중심을 파헤칩니다. 그의 상대는 정치권과 연결된 거대 로펌과 검찰, 그리고 언론입니다.
- 《돌풍》은 스릴러 장르답게 매 회마다 반전과 긴장감이 치밀하며,
- 법정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권력 내부 고발극의 성격도 지닙니다.
특히 이 드라마의 강점은 ‘정의로운 사람이 정의를 구현할 수 없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입니다.
박동호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그 진실을 밝히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건 결국 같은 법조인이자 제도 그 자체입니다.
인물 간의 대사 하나하나가 날카롭고 묵직하며, 각 캐릭터는 명확한 악역·선역이 아니라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현실의 인간’으로 구성됩니다.
《돌풍》은 현실 속 무력감을 드러내면서도, 끝내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이 얼마나 고독한지를 조명하며 무거운 메시지를 남깁니다.
결론: 진실을 향한 질문, 스릴러 드라마의 본질
《비밀의 숲》, 《모범형사》, 《돌풍》은 공통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사람은 고통받는다’는 구조를 가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정의가 이기는 세계’를 향해 움직입니다.
- 《비밀의 숲》은 감정 없는 검사의 냉철한 추리로 제도의 어두움을 보여주고,
- 《모범형사》는 인간적인 형사의 갈등과 선택을 통해 현실 속 정의를 묻고,
- 《돌풍》은 무너진 시스템 속에서도 진실을 놓지 않으려는 개인의 저항을 그립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여정이 언제나 영광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이 세 편의 드라마는 스릴러 장르가 단순히 반전을 위한 장르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 지금, 당신이 무언가 ‘의심’하고 있다면, 이 드라마들이 그 의심을 해소해 줄 ‘진실의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