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사극 드라마는 그야말로 실험과 변화의 해였습니다. 정통적인 왕조 중심 서사를 넘어, 첩보, 코미디, 여성 영웅 서사 등 다양한 장르와 시대 배경이 결합되며 한국 사극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는데요. 그 중심에는 《세작: 매혹된 자들》, 《옥씨부인전》, 《밤에 피는 꽃》이라는 세 편의 개성 있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 풍자와 감성, 유쾌함과 긴장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지금부터 각 작품의 핵심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세작: 매혹된 자들 – 조선판 첩보 서사에 로맨스를 더하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2023년 ENA에서 방영된 첩보 로맨스 사극으로, 조선시대 비밀 정보원인 '세작'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감정 서사극입니다. 사극에서 드물게 스파이 장르의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큰 특징이며, 고급스러운 영상미와 밀도 있는 스토리로 주목받았습니다.
주인공 ‘강희수’는 한선화가 연기했으며, 요리사이자 세작으로 활동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외면적으로는 평범한 조선의 여성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의 중심에서 정보를 움직이는 열쇠 역할을 하며 시청자에게 복합적인 매력을 선사합니다. 상대역 ‘박정한’은 장동윤이 맡아 냉철한 성격과 과거의 상처를 지닌 인물로 등장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로맨스와 의심, 충돌과 협력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이중 신분의 긴장감만을 다루지 않고, 인간의 양면성과 시대의 무게, 사랑과 복수의 경계를 촘촘하게 엮어냅니다. 여기에 음식과 문화 요소를 스토리 안에 녹여내며 시청자의 시각과 감각을 동시에 자극했습니다. 첩보, 정치, 로맨스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사극으로 평가되며, 새로운 장르 사극의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옥씨부인전 – 풍자와 현실비판이 살아있는 페미니즘 사극 코미디
TVING 오리지널 시리즈 《옥씨부인전》은 조선시대 양반가 규수였던 ‘옥씨부인’이 기득권 사회의 부조리를 깨부수는 과정을 그린 사극풍 블랙코미디입니다. 전통적인 사극 배경을 활용하면서도, 매우 현대적인 시각과 메시지를 담고 있어 젊은 층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주인공 옥씨부인을 맡은 엄지원은 가부장제에 익숙한 삶을 살아가던 여성에서, 점차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 해방의 아이콘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극 중에서는 여성의 교육권, 혼례제도, 상속 문제 등 전통 사극에서 쉽게 지나쳤던 주제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조선의 여성도 지금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대사와 장면 구성은 매우 세련되고 직설적이어서, 사극의 고전미와 블랙코미디 특유의 재치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여성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 구조에 도전하는 과정은 ‘사극 속 새로운 여성 서사’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전통을 비틀되,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극입니다.
밤에 피는 꽃 – 조선판 히어로물, 밤마다 정의를 실현하는 과부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히어로물 사극입니다. 평범한 과부였던 여주인공이 밤마다 복면을 쓰고 사회의 억압에 맞서는 영웅으로 활약하는 콘셉트는 기존 사극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설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조여화’ 역의 이다해는 극 중 과부로 살아가면서도 밤이면 복면을 쓰고 약자를 돕는 ‘조선판 로빈 후드’로 변신합니다. 그녀는 위로는 관리들, 아래로는 탐관오리,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신분을 위협하는 세력들과 대립하며 통쾌한 복수극을 펼칩니다. 그런 그녀를 처음엔 의심하다가 점차 신뢰하게 되는 인물 ‘박수’는 이종석이 맡아 두 사람의 브로맨스 아닌 ‘공조 로맨스’가 드라마의 긴장과 재미를 이끌어갑니다.
이 작품은 로맨스, 액션, 사회비판을 적절히 혼합하며,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사극으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사극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라는 반응과 함께, MBC 금토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여성 서사 중심의 영웅담으로서, 또 가족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서 두루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2023년은 한국 사극이 전통을 넘어 다양한 메시지와 장르를 담아내며 진화한 해였습니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조선판 첩보극으로서 스릴과 로맨스를 동시에 선사했고, 《옥씨부인전》은 유쾌하면서도 강력한 여성 중심 풍자극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밤에 피는 꽃》은 여성 히어로가 중심이 된 액션 로맨스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세 작품은 모두 기존 사극의 틀을 넘어서면서도, 각자의 메시지와 완성도로 ‘지금 시대의 사극’을 완성해 낸 대표작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사극을 찾는다면 이 세 편을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