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이 아닙니다. 사회 구조의 틈을 보여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조명하며, 우리가 외면했던 가치들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 편의 드라마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 속 개인의 정의’를 이야기합니다.
-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를 통해 편견 없는 시선을 제시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청소 용역직 여성들의 대담한 금융 범죄 작전을 다룬 《클리닝 업》
- 마피아 출신 변호사가 한국식 부패와 싸우는 《빈센조》
세 드라마 모두 전혀 다른 분위기, 전개, 캐릭터를 지녔지만, ‘불완전한 사회 속에서 약자가 어떻게 살아남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다름이 편견을 이기는 순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ENA)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서 겪는 성장과 인간관계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장애를 ‘극복’ 해야 할 요소로 묘사하지 않고, 우영우라는 인물 그 자체의 고유한 시선과 삶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우영우는 비록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법률적 사고력과 기억력은 뛰어나며 매 사건마다 ‘기존의 시선’과 다른 해석을 제시합니다.
특히 드라마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통해 시청자에게 ‘차이’와 ‘공감’의 본질을 다시 묻습니다.
- 편견이 아닌 관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우영우의 방식
- 고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은유적 장치
- 법정이라는 현실적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정의의 회복
박은빈의 연기는 단순한 모방을 넘은 공감으로 우영우 캐릭터를 전 세대가 사랑하는 아이콘으로 만들었으며, 사건 하나하나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은 질문을 던지며 법정극 이상의 울림을 남겼습니다.
2. 《클리닝 업》 – 청소 노동자의 반란, 현실 반영 범죄극
《클리닝 업》(2022, JTBC)은 증권사 청소 용역직으로 일하는 세 여성이 우연히 듣게 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 주식거래 ‘인사이더 거래’를 시도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어용미(염정아), 안인경(전소민), 맹수자(김재화)는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적으로 ‘투명한 존재’로 취급받는 여성 노동자입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시스템 밖에 있는 자들이 시스템을 역이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 고용 불안
- 계급 구조
- 법망과 윤리 사이의 회색지대
현실 사회의 문제를 통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비틀고 있습니다.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왜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조명하면서 시청자에게 도덕적 딜레마를 안기고,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 감행하는 위험한 선택이 사실 얼마나 절실하고 슬픈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듭니다.
특히 염정아의 연기는 절제된 감정 안에 억눌린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며 극의 무게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습니다.
3. 《빈센조》 – 악은 악으로 갚는다, 한국식 블랙코미디 복수극
《빈센조》(2021, tvN)는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출신 주인공 빈센조(송중기)가 한국의 대기업과 부패 권력을 상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징을 펼치는 블랙코미디 복수극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룹니다.
- 대기업의 절대 권력
- 로펌의 이중성
- 법이 악을 제어하지 못하는 현실
이를 비틀고 조롱하면서도, 복수극의 장르적 쾌감을 철저히 지켜냅니다.
빈센조는 법을 믿지 않습니다. 그는 악인에게 ‘법적 정의’가 아닌, ‘악을 악으로 갚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극도의 냉혈함과 철저한 계산을 보여주면서도 극 중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냅니다.
특히 극중 빌딩 세입자들과의 연대는 시스템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강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서브플롯입니다.
송중기의 이미지 변신은 성공적이었고, 전여빈, 옥택연 등 조연들의 캐릭터도 강렬했으며 유머와 잔혹함이 교차하는 연출이 드라마를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갑니다.
결론: 정의는 정답이 아니다 – 세 드라마가 말하는 사회적 질문
드라마 제목 | 중심 키워드 | 장르적 특성 | 시사점 |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다양성, 공감 | 휴먼 법정극 |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
클리닝 업 | 계급, 생존 | 현실 범죄극 | 시스템의 부조리와 생존 전략 |
빈센조 | 복수, 권력 | 블랙코미디 복수극 | 법 바깥의 정의 구현 |
이 세 작품은 단순히 재미만 주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정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약자는 왜 선택지를 빼앗겨야 하는지, 연대와 공감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시선을, 《클리닝 업》은 투명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생존 고발을, 《빈센조》는 제도 밖 정의의 역설을 통해 오늘의 시청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다 다른 색깔의 세 작품이지만, "정의는 누가 말하고, 누가 실현하는가?"라는 질문은 공통된 주제입니다. 그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지금, 이 드라마들은 단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다시 꺼내 봐야 할 이야기’입니다.